Storyline

도시의 밤, 엇갈린 시선 속 잃어버린 마음들: 영화 <홀리데이 인 서울>

1997년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한가운데에서, 홍콩 누아르의 감성을 서울의 정서로 재해석하며 독특한 미학을 선보인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김의석 감독의 <홀리데이 인 서울>입니다. 당시 스크린을 장악했던 젊은 스타들, 김민종, 진희경, 장동건, 최진실 배우가 주연을 맡아 각자의 방식으로 고독한 도시인의 사랑과 상실을 그려내죠. 98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상영 시간 안에 응축된 이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에게 깊은 여운과 나른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하며, 개봉 당시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과 같은 작품들을 연상시킨다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는 서울의 한 호텔을 배경으로, 네 명의 인물이 우연처럼 얽히고 설키는 삶의 단면을 포착합니다. 실연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호텔 벨보이(김민종 분)는 정기적으로 호텔을 찾는 매혹적인 다리 모델(진희경 분)에게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낍니다. 그녀의 모든 것을 발걸음과 옷차림에서 읽어내려 애쓰던 벨보이는, 어느 날 신문을 통해 다리 모델의 연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한편, 삶을 빠르게 소모하고 싶어 하는 호텔의 전화교환수(최진실 분)는 목적지를 말하지 않은 채 택시에 오르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그저 도시의 밤을 질주하는 택시 드라이버(장동건 분)는 말없이 그녀를 태웁니다.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안은 채 도시를 부유하는 이들은, 같은 공간에 머물지만 결코 온전히 닿지 못하는 엇갈린 시선 속에서 사랑과 고독, 그리고 상실의 감정을 나누게 됩니다.


<홀리데이 인 서울>은 1990년대 후반 한국 영화가 보여주었던 실험적인 감성과 스타일을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화려한 스타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인물들의 내면 풍경과 도시의 쓸쓸함을 감각적인 영상미와 나른한 분위기로 채워 넣습니다. 특히 윤종신의 명곡 '환생'이 OST로 삽입되어 영화의 서정적인 정서를 더욱 극대화했죠. 단순한 멜로 드라마를 넘어, 각자의 상실감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사랑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미묘한 감정들을 탁월하게 포착해냅니다. 비록 서울에서 3만 6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홀리데이 인 서울>은 당시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가치가 충분합니다. 현대 도시인의 소외감과 엇갈린 욕망을 탐미적인 시선으로 담아낸 <홀리데이 인 서울>은 잊고 지냈던 90년대 한국 영화의 독특한 색깔과 감각적인 미학을 다시금 경험하고 싶은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97-03-22

배우 (Cast)
러닝타임

98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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