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아련한 청춘의 초상, 끝나지 않은 이별 <바이 준>

1998년, 한국 영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 편의 작품이 있습니다. 거친 숨을 내쉬며 방황하는 청춘의 단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 최호 감독의 데뷔작, <바이 준>입니다. 갓 스무 살이 된 유지태와 김하늘이라는 두 신예 배우의 풋풋하면서도 강렬한 열연을 스크린 가득 담아내며, 당시 젊은 세대의 불안과 고독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포착한 영화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멜로 드라마를 넘어선 깊이 있는 청춘의 성장통을 그리며, 관람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만큼이나 솔직하고 대담한 서사를 펼쳐 보였습니다.

영화는 열아홉, 가장 찬란했을 시절의 아픈 상처를 끌어안은 채 스물한 살이 된 도기와 채영의 이야기를 축으로 흘러갑니다. 그들에게는 영원한 우상이자 채영의 연인이었던 ‘준’이라는 이름이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남아있죠. 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도기와 채영은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며 힘겨운 현실을 버텨냅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결코 온전할 수 없습니다. 준의 그림자가 너무나 짙게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채영은 마음과는 달리 도기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기 또한 자신이 영원히 준의 대타일 뿐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립니다. 두 사람은 현실의 불안을 잊기 위해 섹스와 알코올, 심지어 마리화나에 기대어 허전함을 채우려 하지만, 그럴수록 준의 환영은 더욱 선명하게 그들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이들의 관계는 사랑과 우정, 죄책감과 갈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의 미로 속을 헤매며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갑니다.

영화 <바이 준>은 1990년대 후반, 목적 없이 길거리를 방황하던 젊은이들의 초상을 날것 그대로 담아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안겨줍니다. 젊은 유지태와 김하늘의 섬세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연기는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에 완벽하게 몰입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최호 감독은 강남과 홍대 길거리의 실제 간판 불빛을 활용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저예산 환경 속에서도, 젊음의 불안과 상실감을 감각적인 미장센과 연출로 표현해냈습니다. 준의 죽음이 남긴 트라우마 속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비단 90년대 젊음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상실의 아픔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불완전한 사랑을 경험하는 모든 세대의 관객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며 먹먹한 여운을 남길 것입니다. 오래전의 작품이지만, 오늘날 다시 보아도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감성과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는 수작으로, 당신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을 잔상을 남길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98-03-28

배우 (Cast)
러닝타임

102분

연령등급

18세미만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동아수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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