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사랑이냐, 돈이냐! 다뉴브 강가를 뒤흔든 집시들의 유쾌한 소동극,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의 이름 앞에는 늘 '광란의 미학'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1995년 개봉한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언더그라운드> 이후 영화계 은퇴를 선언했던 그가, 보란 듯이 화려하게 복귀하며 1998년 베니스 영화제 은사자상까지 거머쥔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유고 내전의 상흔과 정치적 메시지에서 잠시 벗어나, 삶의 원초적인 에너지와 순수한 희열을 분출하는 한 편의 거대한 축제와도 같습니다. 고요한 다뉴브 강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집시들의 예측 불가능한 삶은 보는 이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며, 세상 모든 시름을 잊게 하는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야기는 다뉴브 강가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두 집시 가문, 그르가와 자리야의 오랜 애증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아들 세대, 한심한 백수 마초와 깡패 두목 다단 역시 얽히고설킨 우정과 갈등 속에 놓여 있죠. 집안을 책임져야 할 처지임에도 늘 허송세월하던 마초는 어쩌다 뛰어든 석유 밀수업에서 오랜 친구 다단에게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게 됩니다. 난감한 상황에 놓인 마초에게 다단은 기상천외한 제안을 하니, 바로 자신의 여동생 '딱정벌레'와 마초의 외아들 자레를 결혼시키라는 것입니다. 난쟁이 신부 딱정벌레는 자신만의 이상형을 꿈꾸고, 17살의 어린 신랑 자레 또한 마을 처녀 이다와 사랑에 빠진 상황에서 이 강제 결혼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더욱 꼬여만 갑니다. 결혼식을 코앞에 두고 할아버지 자리야가 세상을 떠나고, 다단은 이 죽음을 숨기고 결혼식을 강행하라 종용하죠. 어쩔 수 없이 장례식과 결혼식이 뒤섞인 아수라장 같은 분위기 속에서 혼인 서약이 울려 퍼지고, 급기야 난쟁이 신부는 도망치기에 이릅니다. 이 모든 혼돈 속에서 과연 젊은 연인들은 각자 원하는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두 집시 가문의 운명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검은 고양이 흰 고양이>는 이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동극 속에 사랑과 죽음, 운명과 자유를 유쾌하게 버무려 놓은 작품입니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은 죽었던 할아버지가 다시 살아나는 등 기상천외한 상황을 마치 현실처럼 받아들이게 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버립니다. 영화를 가득 채우는 집시 음악은 보는 이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시종일관 터져 나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예측 불가능한 전개는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희로애락이 뒤섞인 인간 군상의 모습과,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끈질긴 생명력은 이 영화를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선 삶의 찬가로 만듭니다. 현실의 무게에 지쳐 잠시나마 모든 것을 잊고 싶다면, 다뉴브 강가의 이 유쾌하고 감동적인 집시 축제에 기꺼이 몸을 맡겨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에밀 쿠스트리차

장르 (Genre)

코미디

개봉일 (Release)

1999-09-18

러닝타임

120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프랑스,영국

제작/배급

주요 스탭 (Staff)

에밀 쿠스트리차 (각본) 고단 미힉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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