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시간을 넘어선 삶의 서정시, 영화 '정'

영화 전문 매거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저는 스크린을 통해 한 여인의 파란만장한 삶을 오롯이 담아낸 배창호 감독의 수작, 영화 <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999년에 제작되어 이듬해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던 이 영화는 '정(情)'이라는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한 여성의 굳건한 내면과 사랑, 그리고 삶의 의미를 탐구합니다.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을 넘어, 우리의 뿌리 깊은 문화적 유산과 인간 본연의 따뜻한 유대감을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영화 <정>은 노파 순이의 아련한 회상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열여섯 어린 나이에 갓 열 살을 넘긴 소년과 혼례를 치르며 시작된 그녀의 삶은, 순탄치 않은 시집살이와 어린 신랑의 방황으로 얼룩집니다. 오직 밤마다 몰래 읽는 <장화홍련전>만이 그녀의 유일한 위안이었죠. 세월이 흘러 순이의 남편 귀동은 경성 유학에서 돌아오지만, 새로운 사랑을 찾아온 그에게서 순이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남녀 간의 정'을 비로소 이해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그녀를 모질게 대했던 시어머니의 숨겨진 애정을 확인하며 순이는 홀로 길을 떠나는 용기를 얻습니다.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순이에게는 다시 한번 운명적인 만남이 찾아옵니다. 술을 빚어 생계를 이어가던 순박한 덕순과 보쌈을 통해 인연을 맺게 된 것이죠. 산속 옹기터에서 피어난 둘의 사랑은 순이의 삶에 단비 같은 행복을 가져다주지만, 이 짧고도 강렬한 순간 역시 시대의 풍파 속에서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막을 내립니다. 다시 홀로 남겨진 순이는 덕순과의 꿈같던 시간을 뒤로한 채 또다시 길을 떠나고, 중년에 접어든 그녀 앞에 남편의 노름빚 때문에 소장수에게 팔려갔다가 도망쳐 온 복녀 모자가 찾아듭니다. 순이는 이 가련한 이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혈연을 넘어선 깊은 '정'으로 새로운 가족을 이루게 됩니다.


배창호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1910년대부터 1940년대까지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한 여인이 겪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삶의 굴곡을 섬세하게 그려냈습니다. 특히 전통 혼례, 술 빚는 풍경, 옹기 장수 등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인물들의 삶과 정서를 이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하여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영화는 순이의 고단한 삶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강인함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통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담아냈습니다. 이러한 한국적인 정서와 서정성은 국내 개봉 전 이미 베노데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정>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한국인들이 지켜온 삶의 방식과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배창호 감독이 “흥행감독에서 작가로 발돋움한” 시기의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그의 영화관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충실히 다루어야 한다”는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삶의 무게를 감당하며 꿋꿋이 걸어온 순이의 여정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가족의 의미, 그리고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깊이 뿌리내린 '정'이라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영화 <정>을 적극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2000-06-17

배우 (Cast)
러닝타임

114분

연령등급

12세미만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배창호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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