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질주: 욕망과 파멸의 스페인 청춘 비가

1980년대 초, 스페인이 프랑코 독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민주주의로 이행하던 격동의 시기,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한 세대의 불안하고 방황하는 초상을 스크린에 담아냈습니다. 바로 1981년 베를린 국제 영화제 황금곰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문제작, ‘질주(Deprisa, deprisa)’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범죄 드라마를 넘어,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린 젊은이들의 격렬한 삶과 사랑, 그리고 파멸을 섬세하면서도 냉혹하게 그려낸 ‘퀸키(quinqui) 영화’ 장르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비전문 배우들의 날것 그대로의 연기와 마드리드의 거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사실주의적 연출은 관객을 그들의 세계 한가운데로 이끌며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영화는 마드리드의 거친 뒷골목에서 벗어나려는 듯, 매일 절도를 일삼는 파블로와 메카의 무의미한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날, 아슬아슬하게 차를 훔친 후 파블로는 오랫동안 마음에 품었던 카페 여급 안젤라에게 뜨거운 사랑을 고백합니다. 둘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빠져들고, 파블로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하며 위험한 동거를 시작하죠. 파블로는 안젤라를 자신의 범죄 조직에 합류시키고, 심지어 총 쏘는 법까지 가르치며 그녀를 자신과 같은 길로 이끕니다. 메카의 친구 세바스까지 가세하여 더욱 대담해진 이들은 마드리드 교회의 공단 사무실을 시작으로 현금 호송차 탈취까지 감행하며 걷잡을 수 없는 범죄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듭니다. 돈과 스릴, 그리고 약물에 취해 ‘빨리, 빨리’ 모든 것을 움켜쥐려던 이들의 질주는 과연 어디로 향할까요?

‘질주’는 단순한 범죄 활극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스페인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젊은 세대의 고뇌와 뿌리 뽑힌 듯한 상실감을 날카롭게 포착합니다. 사우라 감독은 이들의 범죄를 미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 이면에 깔린 사회경제적 박탈감과 도덕적 균열을 응시하게 만듭니다. 배우들의 비극적인 실제 삶(주연 배우 중 한 명인 호세 안토니오 발델로마르는 영화 개봉 2년 후 헤로인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습니다) 역시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에 뼈아픈 현실감을 더합니다. 또한, 영화의 서정적인 사운드트랙, 특히 로스 춘기토스(Los Chunguitos)의 ‘Me quedo contigo’는 이들의 파괴적인 삶 속에서도 피어나는 덧없는 사랑과 청춘의 찬란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며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2024년 4K 복원본이 베를린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다시금 주목받은 ‘질주’는 시대를 초월하여 젊음의 열정과 방황, 그리고 사회의 무관심이 빚어낸 비극을 고민하게 하는 필람 영화입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시선과 뛰어난 연출이 돋보이는 이 걸작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팀 에버리트

장르 (Genre)

범죄,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9-04-03

러닝타임

93분

연령등급

-

제작국가

스페인

제작/배급

엘리아스 꾸에레제타

주요 스탭 (Staff)

팀 에버리트 (각본) 톰 갬블 (제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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