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나비의 유혹, 혹은 삶과 죽음의 기이한 춤"

삶의 덧없음 앞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그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다고 나지막이 읊조릴지도 모릅니다.
여기, 한 사내가 그렇습니다. 이름 모를 여인이 건넨 한 잔의 음료로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 그는 삶의 의지마저 잃어버린 채 허무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하루에 밥을 몇 번을 먹어도 배가 고프니 그만 죽어야겠다"는 그의 독백은 단순한 푸념을 넘어선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며 관객을 묘한 불안감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별다른 이유 없이 죽음을 갈망하며 기둥에 목을 매는 그의 모습은 인간 본연의 고독과 무의미를 극명하게 드러냅니다.

그렇게 삶의 끈을 놓으려는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 찾아온 책장수는 죽음을 설파하는 남자에게 끊임없이 삶의 의지를 주입하려 합니다.
사소한 다툼 끝에 쓰러져 죽음에 이르지만, 책장수는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살아나 '삶의 의지'를 외칩니다.
이 반복되는 부활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며 현실과 비현실의 틈새를 오가는 김기영 감독 특유의 그로테스크한 미학을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죽으려 해도 죽을 수 없는, 혹은 죽음마저 초월해버린 이 기묘한 현상은 주인공을 더욱 깊은 혼돈 속으로 밀어 넣습니다.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주인공은 친구와 함께 오래된 동굴을 탐험하고, 그곳에서 천 년 묵은 뼈 조각을 발견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맞춰본 유골은 놀랍게도 천 년 전 살았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으로 되살아나, 과거와 현재, 죽음과 생명을 초월한 기이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이 비현실적인 만남은 한 남자의 허무한 삶에 뜻밖의 파동을 일으키며 새로운 욕망과 집착의 씨앗을 심습니다.
과연 이 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여인은 그의 삶을 구원할 빛이 될까요, 아니면 더욱 깊은 나락으로 이끌 미지의 유혹이 될까요?

이후 주인공이 머무르게 되는 수상한 집은 영화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대화합니다.
유골을 수집하는 박사와 나비를 박제시켜 판화를 만드는 아름답지만 도도한 딸.
생명을 탐구하고, 또 그것을 차갑게 박제하는 이들의 모습은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라는 제목이 암시하는 섬뜩한 아름다움과 잔혹함을 형상화합니다.
나비의 화려함 속에 숨겨진 죽음의 그림자, 그리고 그 죽음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인간의 복잡한 심리가 교차하며
관객은 단순한 멜로를 넘어선 지독한 심리 드라마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김자옥 배우의 다채로운 연기가 이 기이한 여정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듭니다.
김기영 감독이 빚어낸 이 독특한 세계에서, 당신은 삶과 죽음, 욕망과 집착에 대한 그 어떤 질문보다 강렬하고 오래도록 기억될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멜로/로맨스

개봉일 (Release)

1979-12-08

배우 (Cast)
러닝타임

110분

연령등급

미성년자관람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우진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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