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시간을 초월한 붉은 장미, 영화와 연극의 아름다운 조우"

빛바랜 시간을 소환하는 듯한 제목, 백재호 감독의 <붉은 장미의 추억>은 단순한 영화를 넘어선 독특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2022년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며 평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2023년 11월 극장 개봉으로 관객들과 만난 이 작품은, 사라진 과거의 예술혼을 현재로 불러들이는 특별한 시도를 감행합니다. 영화는 1960년대 한국 영화계의 거장이라 불렸으나 안타깝게 요절한 노필 감독의 1962년 작 동명 영화 대본에서 시작됩니다. 필름은 유실되고 시나리오만 남아있던 비운의 걸작을, 현대의 배우들이 낭독극으로 재현하려다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이하며 영화적 여정이 시작되는 것이죠. 드라마와 미스터리가 교차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영화와 연극,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넘나들며 관객에게 깊은 사유와 감동을 안겨줍니다.


이야기는 5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노필 감독의 영화 ‘붉은 장미의 추억(1962)’ 대본으로 낭독극을 준비하던 연극 배우들에게 닥친 뜻밖의 위기에서 출발합니다. 지역 축제에서 공연될 예정이었던 낭독극은 공연 직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취소되고, 비대면 영상 기록으로 대체된다는 통보를 받게 됩니다. 낙심한 연출가는 연습에 불참하고, 조연출 위다은 배우가 애써 배우들을 독려하며 최종 리허설을 시작하지만, 좀처럼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합니다. 50여 년 전의 대본이 주는 낯선 말투와 어색함 속에 배우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죠. 바로 이때, 리허설 현장을 우연히 구경하던 한 남자(김영민 분)가 등장합니다. 그는 필름이 소실되어 자료조차 찾기 힘든 노필 감독의 작품에 대해 놀랍도록 상세히 알고 있으며, 배우들에게 생생한 조언을 건넵니다. 조연출은 그를 축제를 총괄하는 예술감독으로 오해하고, 그의 비범한 연기 지도에 힘입어 리허설은 예상치 못한 활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 미스터리한 남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잊혀진 걸작 ‘붉은 장미의 추억’은 그의 도움으로 어떤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될까요? 작품 속에서 1962년 원작 시나리오의 주인공 현주(유다온 분)와 성철(이인석 분)이 살인 누명을 벗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음모, 배신, 액션, 로맨스가 얽히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펼쳐지는데, 이 복잡한 서사가 현재의 배우들과 미스터리한 남자의 개입으로 어떻게 재해석될지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입니다.


<붉은 장미의 추억>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 사라진 시대의 '말맛'을 되살려내는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현재는 쓰이지 않는 국어의 장음과 단음, 그리고 복고적인 뉘앙스의 대사들이 배우들의 입을 통해 살아 숨 쉬며, 그 시절의 정서를 고스란히 전달합니다. 김영민 배우는 지나가는 행인이자 동시에 과거의 영화를 꿰뚫고 있는 듯한 미스터리한 인물을 설득력 있게 연기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입니다. 그의 연기는 현실과 극중극, 그리고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관객으로 하여금 '예술의 본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백재호 감독은 연극적 요소를 영화적 서사 안에 매끄럽게 녹여내며, 코로나19라는 현실적 제약이 오히려 예술적 영감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했습니다. 이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 사라졌던 과거의 영혼이 현재의 몸을 빌려 다시 피어나는 듯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실험적인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 잊혀진 예술 작품의 부활에 관심이 있는 관객, 그리고 말과 연기가 가진 깊은 울림을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붉은 장미의 추억>이 선사하는 이 특별한 여정에 기꺼이 동참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당신의 기억 속에 영원히 지지 않는 한 송이 붉은 장미로 기억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미스터리

개봉일 (Release)

2023-11-02

배우 (Cast)
러닝타임

62분

연령등급

12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프로젝트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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