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2024
Storyline
"욕망의 비극, 공감 혹은 경고: '개그맨'이 던지는 씁쓸한 웃음 뒤의 질문들"
2024년 10월, 스크린에 등장한 전승표 감독의 신작 '개그맨'은 현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포착한 코미디 영화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Helpless'라는 영어 제목처럼, 시대의 흐름 속에서 무력하게 혹은 역설적으로 악해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이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평단의 기대를 모은 바 있습니다. 주연 허지원, 남연우, 고원희, 그리고 우정출연 민진웅 등 연기파 배우들의 호흡은 이 불편한 진실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며, 단순한 웃음을 넘어선 깊은 성찰을 유도합니다.
영화는 이름처럼 '근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의료기기 영업 사원 근성(허지원 분)의 기구한(?) 여정으로 시작됩니다. 늘 평균 이하의 실적에 허덕이며 노력보다는 한 방을 노리는 그는, 유명 BJ가 되어 '떡상'하는 꿈을 꾸며 인터넷 방송에 매달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우연히 인기 개그맨이자 유튜버가 된 종만(남연우 분)을 만난 근성은 술기운을 빌려 무리한 합방을 제안하지만 싸늘한 거절만 돌아올 뿐입니다. 모욕감에 휩싸인 근성은 충동적으로 종만에게 학창 시절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하는 영상을 올리고, 예상치 못하게 이 영상이 폭발적인 '떡상'을 가져옵니다.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얻게 된 근성은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아 폭주하기 시작하고, 영화는 이기심이라는 밑바닥을 드러내며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지 그 과정을 섬뜩하게 쫓아갑니다. 타인의 약점을 이용하고, 심지어 진실조차 왜곡하며 명성을 쌓아가는 근성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어둡고 불편한 단면을 직시하게 합니다. 비단 근성뿐 아니라, 그의 폭로로 인해 경력의 위기에 처한 종만 등 영화 속 등장인물 모두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움직이는 '진흙탕 싸움'을 벌이며, 관객들은 극단적인 이기심이 낳는 파국을 목도하게 됩니다.
'개그맨'은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전승표 감독은 주인공 근성을 향한 어떠한 동정심이나 애정 없이, 극한 상황에서 극한의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인물의 얼굴에 카메라를 냉정하게 들이댑니다. 이는 관객들로 하여금 스크린 속 인물에게서 어쩌면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거나, 혹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비극적인 자화상을 감지하게 만드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합니다. 유명세를 위해서라면, 더 큰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윤리적 경계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극한의 이기심은 '개그맨'이 던지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이 영화는 코미디라는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되려 씁쓸한 웃음 뒤에 현대인의 욕망과 도덕적 해이에 대한 깊은 질문을 남기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한동안 극장을 나서지 못하게 할 만큼 강렬한 여운을 선사할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 관객이라면, '개그맨'이 선사하는 불편하지만 필요한 통찰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Details
러닝타임
85분
연령등급
15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한국예술종합학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