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음식, 섹스, 그리고 고독: 아파트 301, 302호에 갇힌 영혼들

1995년 개봉작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깊은 인상을 남기며 한국 영화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박철수 감독의 문제작, <301, 302>는 단순한 공포를 넘어선 심리 스릴러이자 인간 본연의 욕망과 결핍을 파고드는 수작입니다. '요리사와 단식가'라는 장정일 시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서군 작가가 각본을 쓴 이 영화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섬세한 심리 묘사로 국내외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으며 한국 뉴웨이브 영화의 초석을 다졌고, 심지어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이 제작될 정도로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방은진과 황신혜, 두 주연 배우의 압도적인 연기 또한 이 영화를 잊을 수 없는 걸작으로 만들었습니다.

'꿈과 희망을 준다는 새희망바이오 아파트'라는 역설적인 공간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요리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과 대식증에 시달리는 301호의 송희(방은진)가 이사 오면서, 음식과 섹스를 거부하는 거식증 환자인 302호의 윤희(황신혜)와의 기묘한 갈등이 피어납니다. 송희는 남편의 외면 속에 음식에 대한 집착을 키웠고, 급기야 남편의 애완견을 요리해 이혼당하는 극단적인 경험까지 합니다. 반면, 윤희는 어린 시절 의붓아버지로부터 받은 성폭행의 트라우마로 인해 음식과 섹스를 거부하게 된 인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여성 잡지에 성에 관한 글을 기고하는 자유기고가로 살아갑니다.
송희는 윤희에게 끊임없이 음식을 권하지만, 윤희는 이를 번번이 거부하고 토해냅니다. 자신을 이해받고 싶어 하는 송희의 요리 공세와 음식 자체를 거부하는 윤희의 고통스러운 몸부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심리적 긴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극에 달한 둘의 갈등은 서로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마침내 지독한 고독 속에서 정신적인 교감을 이룹니다. 이 교감은 윤희가 자신을 음식 재료로 써줄 것을 제안하고 송희가 이를 받아들이는 충격적인 결말로 치닫습니다.

<301, 302>는 단순히 먹는 행위를 넘어선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고독, 그리고 상처를 탐구합니다.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여성의 몸과 정신에 드리워진 사회적 억압과 개인적인 트라우마를 날카롭게 조명하며, 당시 한국 영화가 다루지 않던 주제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탐식과 거식이라는 극명한 대비를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이 빚어낸 잔혹한 서사극을 펼쳐 보이는 이 영화는, 두 여인이 고독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마지막 몸부림이 얼마나 끔찍하면서도 애처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여전히 강렬한 메시지와 전율적인 여운을 선사하는 <301, 302>는 깊이 있는 심리 드라마와 파격적인 서사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호러를 넘어선, 우리 내면의 어두운 그림자를 마주하게 하는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박철수

장르 (Genre)

공포(호러)

개봉일 (Release)

1995-04-21

러닝타임

99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박철수필름

주요 스탭 (Staff)

이서군 (각본) 박철수 (제작자) 박철수 (기획) 이은길 (촬영) 신준하 (조명) 박곡지 (편집) 변성룡 (음악) 최정화 (미술) 조융삼 (세트) 오상만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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