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기억의 숲에서 길을 잃어도, 사랑은 길을 찾으리라
'조금씩, 천천히 안녕'

영화 전문 매거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 겨울 끝자락, 여러분의 마음에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선사할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합니다. 바로 나카노 료타 감독의 수작, '조금씩, 천천히 안녕'입니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이 희미해질 때, 가족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그 곁을 지킬까요? 이 영화는 치매라는 쉽지 않은 주제를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며, 잊혀 가는 것들 속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유대의 힘을 보여줍니다. 과도한 신파 없이 담백하게, 그러나 가슴 시리도록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 이야기는 우리 시대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할 것입니다.

이야기는 아버지의 칠순 생일날 시작됩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두 딸, 미국에서 생활하는 큰딸 '마리'(다케우치 유코 분)와 요리사의 꿈을 키우는 작은딸 '후미'(아오이 유우 분)에게 어머니는 아버지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합니다. “많은 것들이 점점 멀어져…”라는 어머니의 말처럼, 한때 꼿꼿했던 교장 선생님이었고 책을 사랑했던 아버지(야마자키 츠토무 분)는 서서히 기억의 파편들을 잃어갑니다. 영화는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버지의 병세가 진행되는 과정을 가족들의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담담하게 따라갑니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던 가족들은 점차 아버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자신들조차 잊고 있던 소중한 추억들을 아버지를 통해 다시 발견하기도 합니다. 특히 어머니(마츠바라 치에코 분)가 홀로 감당하던 간병의 무게를 두 딸이 비로소 이해하고 함께 보듬어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안겨줍니다. 이는 단순한 이별의 준비가 아닌,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관계를 더욱 깊게 하는 특별한 작별 인사이자 새로운 형태의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조금씩, 천천히 안녕'은 나카노 료타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빛나는 작품입니다. 전작 '행복 목욕탕'에서도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통해 가족의 사랑을 따뜻하게 그려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도 역시 인지증(치매)이라는 주제를 희화화하거나 신파적으로 다루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따뜻한 시선으로 가족의 모습을 포착합니다. 마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뒤를 잇는다는 평을 받을 만큼, 그의 연출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야마자키 츠토무 배우가 보여주는 치매 환자 연기는 실제를 방불케 하는 자연스러움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이며, 한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뭉클하게 전달합니다. 아오이 유우와 다케우치 유코는 현실적인 자매의 모습을 섬세한 감정선으로 표현하며, 멀어져 가는 아버지와 가족 사이의 복잡한 감정들을 탁월하게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일본의 고령화 문제와 함께 핵가족화된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유대의 힘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눈물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많지만, 궁극적으로는 힘들어도 웃을 수 있었던 순간들, 기억은 사라져도 가족 간의 사랑은 더욱 깊어진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를 건넵니다. 올봄, '조금씩, 천천히 안녕'은 잊고 지냈던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하고, 기억 저편에 묻어두었던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볼 기회를 선사할 것입니다. 손수건을 준비하고, 이 특별한 작별 인사에 동참해 보세요.

Details

감독 (Director)

나카노 료타

장르 (Genre)

가족,드라마

개봉일 (Release)

2020-05-27

러닝타임

128분

연령등급

전체관람가

제작국가

일본

제작/배급

주요 스탭 (Staff)

나카노 료타 (각본) 테시마 마사오 (제작자) 츠키나가 유타 (촬영) 와타나베 타카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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