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여름 끝에 찾아온, 영원히 기억될 사랑의 기록

1998년, 한국 영화계에 한 편의 잔잔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선사한 걸작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허진호 감독의 데뷔작 <8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개봉 당시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한국 멜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었고, 시간이 흘러 2013년에는 관객들이 다시 보고 싶은 명작 1위에 선정되어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되기도 했습니다. 가수 김광석의 웃는 영정 사진에서 영감을 얻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일상 속 '밝은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자 했다는 감독의 비화는 이 영화가 지닌 특별한 감성을 더욱 설명해 줍니다.


서울 변두리에서 '초원사진관'을 운영하는 30대 중반의 사진사 정원(한석규)은 조용히 죽음을 준비하는 인물입니다. 그의 일상은 지극히 담담하며, 시한부 선고라는 무거운 현실 앞에서도 애써 고통과 비극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낡은 사진 복원을 의뢰하는 아주머니, 영정 사진을 찍으러 오는 할머니, 좋아하는 여학생 사진을 확대해달라는 중학생들 사이에서 그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킵니다. 그러면서도 홀로 남을 아버지를 위해 비디오 작동법을 적어두는 등 소리 없는 이별을 준비하죠.
이러한 정원의 평온한 일상에 불현듯 생기 넘치는 주차단속원 다림(심은하)이 나타납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사진관을 찾아 단속 사진 필름을 맡기는 다림은 때론 당돌하게, 때론 투정 섞인 이야기로 정원의 조용한 세상에 작은 파문을 일으킵니다. 다림과의 만남 속에서 정원은 미묘한 마음의 동요를 느끼지만, 그녀와의 사랑을 '긴 시간이 필요한 사랑'으로 인지하며 깊은 감정 속에서도 스스로를 절제합니다. 그들의 관계는 "사랑해"라는 직접적인 고백이나 격정적인 포옹 대신, 함께 아이스바를 나눠 먹고 스쿠터를 타고 걷는 팔짱 낀 모습처럼 소박하고 아름다운 순간들로 채워집니다. 하지만 정원의 병세는 점점 깊어지고, 결국 그는 사랑하는 다림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이별을 고하게 됩니다. 다림은 닫힌 사진관 문틈으로 편지를 밀어 넣고, 영문도 모른 채 사라진 정원을 그리워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정원이 떠난 후, 다림은 사진관에 걸린 자신의 사진을 발견하고 작은 미소를 짓습니다. 이 장면은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것처럼, 정원에게 다림과의 짧은 만남이 마치 한여름에 찾아온 따뜻한 '크리스마스'와 같았음을 은유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단지 시한부 사랑을 다룬 멜로 영화를 넘어섭니다. 이 영화는 죽음을 앞둔 한 남자가 삶과 사랑, 그리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지극히 담담하고 절제된 시선으로 그려내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허진호 감독은 미니멀리즘적인 연출과 대사를 최소화한 접근 방식으로, 관객들이 인물들의 섬세한 감정 변화에 오롯이 집중하게 만듭니다. 한석규 배우의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정원의 모습과 심은하 배우의 싱그럽고 사랑스러운 다림의 모습은 스크린 위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한국 멜로 영화의 전설적인 커플'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영화 속 명대사처럼, <8월의 크리스마스>는 사랑이 어떻게 기억으로, 그리고 삶의 일부로 남는지를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1998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에 초청되고 2005년 일본에서 리메이크되는 등 국내외에서 꾸준히 그 작품성을 인정받아왔습니다. 소란스럽지 않지만 가슴 시린,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감동을 선사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깊은 감성과 울림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이들의 '인생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시대를 초월한 멜로 드라마의 정수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멜로/로맨스,드라마

개봉일 (Release)

1998-01-24

배우 (Cast)
러닝타임

97||97분

연령등급

15세미만불가||15세미만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우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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