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잃어버린 시선을 찾아 떠나는 발칸의 오디세이

테오도로스 앙겔로플로스 감독의 1995년 작 <율리시즈의 시선>은 단순한 영화를 넘어, 기억과 역사, 그리고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영혼의 여정을 그린 시적인 서사시입니다. 칸 영화제 그랑프리와 국제비평연맹상(FIPRESCI)을 수상하며 그 예술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이 작품은 그리스의 거장 앙겔로플로스 감독 특유의 미학적 깊이와 하비 케이텔의 압도적인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발칸 반도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배경으로, 영화는 개인의 기억과 집단의 역사가 어떻게 교차하며 시대를 초월한 질문을 던지는지 탐구합니다.


영화는 35년간의 망명 생활 끝에 고국 그리스로 돌아온 그리스계 미국인 영화감독 A(하비 케이텔)의 여정을 그립니다. 그의 공식적인 귀환 이유는 자신의 영화 시사회 참석이었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20세기 초, 발칸 반도를 유랑하며 그 지역의 역사와 풍습을 담았다고 전해지는 마나키 형제의 미현상 필름 세 릴을 찾는 것입니다. 이 필름은 발칸 지역에서 촬영된 최초의 영화일지도 모르는 전설적인 기록으로, A는 그 안에 잃어버린 순수성과 발칸의 정체성, 그리고 영화 예술의 근원에 대한 해답이 담겨있다고 믿습니다. A는 알바니아를 시작으로 북마케도니아,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 전쟁으로 황폐해진 발칸의 여러 나라를 유랑하며 필름의 흔적을 쫓습니다. 이 길고 고독한 탐험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을 넘어, 과거의 연인과의 환영 같은 조우와 시공을 넘나드는 환상 속에서 개인적인 회한과 발칸 반도의 아픈 역사를 마주하는 영적인 오디세이가 됩니다. 마치 호메로스의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를 찾아 헤 매듯, A는 필름 속에서 자신만의 '이타카'를 찾아 끊임없이 나아갑니다. 결국 그는 폐허가 된 사라예보의 한 지하 영화 보관소에서 필름 복원을 시도했던 이보 레비(얼랜드 요셉슨)를 만나게 되고, 짙은 안개가 드리운 사라예보에서 또 다른 여정을 시작합니다.


<율리시즈의 시선>은 단순한 줄거리 요약을 넘어선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영화입니다. 앙겔로플로스 감독 특유의 롱테이크 미학과 서정적인 영상미는 발칸의 쓸쓸한 풍경과 어우러져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연출은 관객을 A의 내면으로 이끌며 기억의 파편들을 함께 더듬게 합니다. 엘레니 카라인드루의 애잔하고 신비로운 음악은 김 카쉬카쉬안의 비올라 연주와 함께 영화의 감성적인 깊이를 더하며, 마치 발칸의 비극을 노래하는 듯합니다. 이 영화는 비극적인 역사의 한가운데에서 진실과 구원을 찾아 헤매는 인간의 모습을 깊이 있게 조명하며, 영화 예술이 담아낼 수 있는 기억과 시간의 의미를 되묻습니다. 영화적 경험을 통해 사색과 감동을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 <율리시즈의 시선>은 시대를 초월한 걸작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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