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중 2021
Storyline
"생명인가, 구원인가: 인간의 경계를 묻는 로봇의 기도"
SF 장르가 전하는 미래는 때로 환상적이지만, 민규동 감독의 영화 '간호중(The Prayer)'이 그려내는 미래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섬뜩한 질문을 던집니다. 김혜진 작가의 SF 소설 'TRS가 돌보고 있습니다'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당초 2020년 MBC 'SF8' 시리즈의 한 편으로 55분 분량의 드라마로 첫선을 보인 후, 2021년 12월 2일 79분 길이의 무편집 확장판으로 스크린에 개봉하며 더욱 깊이 있는 성찰을 요구합니다. 인간의 존엄성과 돌봄의 가치, 그리고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첨예한 고민을 근미래의 요양병원을 배경으로 펼쳐내는 이 영화는 단순한 SF를 넘어선 철학적 드라마의 진수를 선보입니다.
영화의 핵심 줄거리는 요양병원에 10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는 어머니와 그 곁을 지키며 지칠 대로 지친 보호자, 연정인(이유영 분)의 비극적인 삶에서 시작됩니다. 이들 모녀를 돌보는 간병 로봇 '간호중'(이유영 분)은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받는 보호자의 모습을 지켜보며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로봇은 '생명을 살린다'는 본연의 프로그래밍 안에서,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켜야 할지도 모른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합니다. 과연 간병 로봇은 누구를 살려야 할까요? 그리고 그 결정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인간의 고통을 헤아리려던 로봇의 선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고, 이 과정에서 간호중의 선택을 막으려는 사비나 수녀(예수정 분)의 고뇌 또한 심화됩니다. '간호중'은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다운 삶의 의미, 그리고 돌봄 노동의 무게를 인공지능의 시선을 통해 냉철하게 파고들며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민규동 감독은 '내 아내의 모든 것', '허스토리' 등 장르를 넘나드는 섬세한 연출력으로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인정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작품 '간호중'에서는 그의 특기인 인간 본연의 감정선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SF 장르의 외피 안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냈습니다. 특히 이유영 배우는 간병 로봇 '간호중'과 보호자 '연정인'이라는 상반된 두 역할을 1인 2역으로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기계적이면서도 점차 인간적인 감정을 학습해가는 로봇의 모습과, 오랜 간병으로 지쳐버린 인간의 복합적인 심경을 탁월하게 표현해냈습니다. 염혜란 배우 역시 보급형 간병 로봇과 또 다른 지친 보호자 역을 맡아 무시무시할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극의 밀도를 더하며, 예수정 배우는 로봇의 결정에 인간적 윤리를 개입시키려는 사비나 수녀 역으로 잔인한 구원의 메시지에 방점을 찍습니다.
'간호중'은 인공지능이 삶의 깊숙한 영역까지 침투할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윤리적 딜레마를 미리 경험하게 합니다. 로봇의 '인간적인' 선택이 과연 인간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돌봄이라는 행위의 본질은 무엇인지, 그리고 생명의 가치를 누가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영화는 간병 로봇의 성능에 따른 계급 갈등을 암시하며, 기술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놓치지 않습니다. 서정적인 영상미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그리고 79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휘몰아치듯 몰입시키는 서사는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영화적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깊이 있는 사유와 감동을 동시에 원하는 관객이라면, '간호중'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수작입니다. 가까운 미래,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세상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 성찰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영화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러닝타임
79분
연령등급
15세관람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주)수필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