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line

"절망의 총구가 겨눈 시대의 그림자: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

1980년대 한국 영화계의 거장 이장호 감독은 사회의 모순을 예리하게 통찰하는 작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바람불어 좋은 날>, <어둠의 자식들>과 같은 걸작들이 쏟아지던 시절, 1982년 스크린에 걸렸던 영화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는 당시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입니다. 그러나 4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영화는 자본주의의 질서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이들의 비극적인 초상을 밀도 있게 그려낸 수작으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강렬한 이야기와 이장호 감독 특유의 사실주의적 연출이 만나,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은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영화는 교도소에서 만난 동창생 이종배(박일)와 문도석(이영호)이 출소 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점차 범죄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과정을 그립니다. 개머리판 없는 칼빈총이라는 위태로운 도구로 첫 범행을 성공시키지만, 의도치 않은 살인은 문도석에게 깊은 죄책감을 안겨줍니다. 그러나 이종배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범행을 계획하며 더욱 잔혹해져 가죠. 그의 아내 황 여인(이경실)은 남편의 타락을 직감하고 자수를 권하지만, 이종배는 이를 외면한 채 폭주합니다. 돈을 벌어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했던 욕망이 어떻게 무자비한 범죄로 변질되고, 그 과정에서 한 개인과 가족의 삶이 어떻게 파국으로 치닫는지 영화는 냉정하면서도 가슴 아프게 따라갑니다. 결국 뜻밖의 사건으로 그들의 신분이 노출되면서, 이종배와 문도석은 필사적인 도피를 시작하고 궁지에 몰린 이들은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비극을 선택하게 됩니다. 영화의 제목이 단순한 범죄를 넘어, 한 가장의 아들 이름이자 좌절된 희망을 의미하는 '태양'을 쏜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은 이 비극의 깊이를 더욱 절감하게 합니다.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는 단순히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넘어, 1980년대 대한민국의 사회적 불안과 자본주의의 그림자 속에서 좌절된 이들의 초상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이장호 감독은 당시 시대의 모순과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인간 군상을 적나라하게 포착하며, 관객들에게 짙은 페이소스와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비록 투박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오히려 이러한 거친 미학은 영화가 담고 있는 현실의 무게와 인물들의 절박함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범죄 드라마의 긴장감 넘치는 서사 속에 자리한 인간적인 고뇌와 사회적 메시지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며 시대를 관통하는 의미를 찾아냅니다. 잊혀졌던 보석과도 같은 이 영화를 통해, 우리는 이장호 감독의 진가와 함께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이들의 아픔을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묵직한 여운과 함께 강렬한 인상을 남길 <그들은 태양을 쏘았다>를 극장과 스크린을 통해 만나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etails

감독 (Director)

장르 (Genre)

드라마,범죄

개봉일 (Release)

1982-02-25

배우 (Cast)
러닝타임

100분

연령등급

연소자불가

제작국가

한국

제작/배급

동아흥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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